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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미 정치인 시각 달리할수록, 군대는 긴밀 협력해야”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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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거리는 한·미동맹에 대하여…정승조 전 합참의장

 최근 한·미 동맹이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17일 시작한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의 시기와 규모가 갑자기 대폭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바라며 내린 지시였다. 한·미 관계에서 굴곡이 있어도, 양국의 군사 관계는 탄탄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주한미군 전투기 서해 출동, 중동으로 방공자산 이동,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의 단검 발언, 유엔군사령부 여단 창설 등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사상 초유의 연합훈련 중도 축소 사태에 대해 정승조 한미동맹재단 명예회장은 “대단히 실망스럽고 우려할 일”이라고 말했다. 합동참모의장 출신인 그는 한·미 동맹을 잘 이해하고, 미 군부와의 인맥이 두텁기로 알려졌다. 19일과 20일 연이틀 그와 대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축소 지시에 대해 “공감하며 경의를 표한다”고 썼다.


“국가 정책을 위해 때로는 군사가 양보해야 될 경우가 있다. 그러나 외교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적이 약속을 어기고 도발할 경우 이를 응징할 의지·능력·태세는 필요하다.”

군, 상황 변화 대비한 ‘플랜B’ 갖고 있어야

Q. 최근 한·미 동맹을 어떻게 평가하나.
A.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말을 쏟아내고, 이재명 대통령도 의견을 밝히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포괄적 전략 동맹 관계지만, 그 근간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기반을 둔 군사동맹이다. 한·미 연합방위는 우리 안보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지금은 군사동맹이 중요하며, 공고하게 다져야 할 때다. 양국 정치인이 시각을 달리할수록 군대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Q. 정치적 문제가 군사적 유대감에 영향을 주나.
A. “전혀 안 줄 수는 없겠지만, 정치적 문제와 군사적 문제는 다르다. 유니폼(군인)은 유니폼끼리의 언어가 있다. 한·미 군대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 서로 신뢰한다. 나는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숨진 사건) 때 연합사에 근무했다. 당시 국민적 감정이 격앙됐지만, 연합사는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오히려 한·미 장병이 서로 격려했다. 지금도 그래야 한다.”

Q. 연합훈련을 축소하면 연합방위태세는.
A. “군대는 훈련을 통해 대비태세를 유지한다. 훈련을 안 하면 대비태세에 공백이 생긴다. 새로운 형태의 훈련을 개발해서 훈련이 끊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TTX(도상훈련)와 락드릴(작전개념 예행연습), 고위급 리더십 세미나 등을 통해 한·미 간 전술관을 동기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 명예회장은 “대비태세의 공백만큼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Q. 무엇인가.
A. “북한의 억지 주장을 한·미 동맹이 수용한 것으로 북한이 오해할까 더 걱정한다. 북한은 그동안 연합훈련을 침략훈련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을 ‘북한에 적대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합훈련은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다. 한·미가 반격을 훈련한다고 하더라도 적의 침략을 물리친 뒤 반격하는 게 목적이다. 처음부터 공격하는 작전계획은 없다. 침략훈련도 해본 적 없다. 이번에 반격훈련을 생략한다는데, 이것이 한·미가 반격을 포기하는 것으로 북한에 읽히면 안 된다. 그러면 북한에 대한 억제력이 약해진다. 정치적 이유로 연합훈련을 축소하더라도, 전략 개념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

Q. 군은 어떻게 해야 하나.
A. “군사는 최후의 보루다. 군은 상황이 바뀌었을 때를 대비한 ‘플랜 B’를 늘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그는 “양국군 지휘부는 진솔한 소통을 더 자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2012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애기봉 트리 점등 문제를 놓고 한·미 간 의견이 갈렸다. 당시 제임스 서먼 연합사령관은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며 내심 반대했다. 정승조 당시 합참의장은 서먼 사령관을 설득했고, 점등식은 무사히 치러졌다. 이에 대해 정 명예회장은 “평소 서먼 장군과 흉금을 터놓고 의견을 나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최근 한·미 간 군사 분야 엇박자는 소통 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미 군 지휘부는 세계정세, 지역 정세, 한반도 정세, 북한 상황에 대한 공동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 간극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Q.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비핵화에 참여하겠나”고 물었더니, 이 대통령이 “아니다, 괜찮다”고 말했다고 썼다.
A. “사실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한·미 동맹은 시대에 따라 부침이 있었다. 미국은 글로벌 차원에서 한·미 동맹을 보는데 우리는 한반도에서만 동맹을 바라보기 때문에 인식 차이가 자꾸 노정돼 왔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격과 경제 규모가 많이 커졌다. 이제 세계 어느 지역의 불안한 상황은 우리의 문제가 됐다. 중동의 이란 전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 호르무즈해협의 자유 통항은 우리 국가 이익이다. 미국의 요구에 따르고 안 따르고가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호르무즈해협의 자유 통항에 기여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더 나아가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 조건 평가에 예비역도 참여를

Q. 무슨 뜻인가.
A.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동맹국에 많은 걸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게 기회일 수 있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라면, 우리는 대신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나 우라늄 농축 등과 같은 대가를 제시하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를 즐긴다고 알려지지 않나.”

Q. 주한미군은 이번 연합훈련을 앞두고 “제1도련선 전투력 투사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A. “제1도련선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해상 저지선이다. 중국의 지역 패권을 봉쇄하는 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Q. 미국은 주한미군을 붙박이가 아닌 소방수처럼 쓰겠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들고 나왔다.
A. “자국(미국) 군대를 자국 국익을 위해서 운용하겠다는데, 타국(한국)이 왈가왈부할 명분이 약하다. 전략적 유연성이 한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은 아니다. 미국 전략의 핵심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다. 이는 한국의 국익에도 사활적으로 관련 있다. 중국이 제1도련선을 통제하면 한국은 물론 일본도 치명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우리 국익에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


Q. 유엔사의 여단 창설에 대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하지 않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했다. 그런데 유엔사는 이를 부인했다.
A. “잘 모르겠지만, 유엔사의 여단 창설은 작전적 사안이 아니라 행정적 사안으로 보인다. 서로 나눠진 부대의 지휘를 일원화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게 미국의 의도일 것 같다. 진보 정부는 유엔사가 몸집을 불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에 대한 통제를 지속하려고 한다고 의심한다. 유엔사는 기본 임무는 정전협정 관리와 전시 증원전력 제공이다. 유엔사가 정전협정을 잘 관리하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게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정부는 유엔사가 임무를 잘 수행하도록 독려하는 게 낫다. 물론 유엔사도 바뀌어야 한다. 특히 비무장지대(DMZ) 관리에 대한 경직된 태도를 고쳐야 한다.”

Q. 올해 전작권 전환 일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A. “한·미는 이미 정부 대 정부로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의 원칙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 조건의 평가는 객관적이어야 한다. 객관성을 지키려면 평가를 군에만 맡기면 안 된다. 군은 늘 ‘가능하다’라거나 ‘자신 있다’고 답한다.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전작권을 전환할 수 있다. 그래서 예비역과 같은 외부 전문가도 전작권 전환의 조건 평가에 참여하는 게 좋다.”

Q. 안보가 불안하다는 국민이 제법 있다.

A.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다. 다만 최근 사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문민통제는 민주 국가의 기본이다. 군사의 상위 개념이 정치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군대의 모든 일을 개입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정치권은 군대에 전략 목표를 제시하고, 전략 목표를 수행하는 방법은 군대에 맡겨야 한다. 이게 선진 민주국가의 민군 관계다. 정치권이 군대의 인사·훈련·교육·양성에 간섭하면 군대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사관학교 통폐합에 대해서도 군사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

Q.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57기의 핵탄두를 보유 중이라고 밝히며 ‘북핵 폐기’에서 ‘북핵 관리’로 전환할 것을 시사했다.
A. “비핵화 원칙을 양보해선 안 된다.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나오는데, 우리가 국제 사회의 동의 없이 핵무장하면 북핵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정승조 한미동맹 명예회장=육군사관학교(32기)를 수석 졸업한 뒤 제1야전군사령관(이하 육군 대장)·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합동참모의장에 임명됐다. 전역 후 한미동맹재단 회장을 지냈고, 현재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겸 군사안보연구소장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55208

<원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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